[박동규 변호사 이민법 칼럼] 연방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판결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6월 27일 연방 대법원은 2020년 인구조사 용지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을 포함시키지 말라고 5대 4로 판결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고서치 대법관과 캐버너 대법관등 두명의 보수 성향 판사들이 추가된 상황이어서 누구도 결과를 낙관 할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 판결은 이민자 커뮤니티의 큰 승리로 환영 받았다. 같은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이 결정을 축하하는 연대 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렸고 뉴욕에서는 이민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민권 문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해온  뉴욕이민자연맹과 민권센터등이 집회를 주최하고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 대표들과 함께 협조해준 유력 정치인들이 참여 하였다. 필자도 함께 참여한 이날 집회에서 한 커뮤니티 대표가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전쟁에서 승리한것은 아니다.” 라면서 위헌 확정으로 보다 명확한 판결이 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있다.

원칙적으로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미국의 최종적 법해석 으로서의 권위를 갖는다. 대통령도 의회도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문의 내용이 보수 성향 판사들에 의해 ‘위헌’ 판결이 아닌 ‘시민권 문항 추가에 대한 설명 부족’인것이 불안한 요소이긴 하였다. 결과적으로 시민권 문항 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기만 하면 트럼프 정부가 재 소송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불완전한’ 판결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난 7월2일 연방 법무부는 재 소송을 포기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였고 인구조사 담당부서인 연방 상무부도 시민권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 항목이 제외된 인구조사 설문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든 언론사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추가 소송을  진행할 예정 이었으나 예상을 뒤업고 이 사안을 종결하기로 결정 하였다고 보도 하였다. 이로서 2018년 3월부터 연방 상무부가 내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문항 추가를 발표한 이후 뉴욕및 캘리포니아등 18개 주정부가 공동으로 제기한 무효 소송은 원고인 주정부들과 이민자 커뮤니티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 되는듯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달이 났다. 연방 대법원 결정에 격노한 트럼프가 7월 3일 트윗에서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완전히 바보같은 (totally ridiculous)’ 결정이라며 행정 명령을 발동해서라도 시민권 문항을 넣겠다고 한것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의 입장이 정반대로 나오자 연방 순회법원 판사가 법무부 변호사들을 독립 기념일연휴에 긴급히 불러 “도대체 당신들의 입장은 뭐냐?”고 물었고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리던 법무부측 변호사는 “판사님도 아시다시피 저희도 대통령의 트윗만 본 상태라서 지금 최선을 다해 진상을 파악하는 중” 이라며 답변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사실상 재소송을 않겠다던 법무부와 상무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번에 뒤집어진 전무후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후 법무부 소속 6명의 변호사들은 모두 이번 소송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 하였고 법무부는 부랴부랴 새로운 변호사 6명을 새로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에 반하여 일종의 항명을 선언한 6명 변호사들의 용기에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모든 변호사들은 공익에 복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정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더욱 그렇다. 최근 한국의 신임 검찰총장 지명자가 과거에 말했듯이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하는것이 정부 변호사들의 의무요 정의로운 자세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영국에 대항한 독립전쟁을 통해 쟁취한 미국 독립선언서와 연방 헌법의 핵심내용은 왕권이나 절대권력을 막고 주권재민, 국민의 저항권, 그리고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등의 기본권을 국가가 국민에게 보장하는 것 이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투표로 대표자를 뽑고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을 통하여 독재나 절대권력이 생기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갖추도록 하였다. 그러나 취임 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법위에 군림하는 행보를 계속 해왔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를 장악하여 다수의 횡포로 입법을 강행하고 연방 대법원에도 본인의 보수 성향에 맞는 법관들을 지명하여 6:3으로 보수가 다수인 연방 대법원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 역사상 드물게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을 모두 장악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후 그는 이 막강한 권력을 본인의 사익과 정치적 이익 그리고 2020년 재선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위해 남용하기 시작하였다. 의회에 압력을 가하거나 연방 대법원을 이용하거나 그래도 안되는것은 행정명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렸다. 여기에 가장 큰 피해자들은 유색인종, 여성, 이민자, 노인 및 저소득층이 되었다.  법치 (Rule of Law)란 법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사상이다. 억만장자도 장관도 대통령도 법위에 군림할수 없다. 법치의 반대는 독재다. 취임 첫날부터 헌법을 무시하고 법위에 군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그의 말을 듣지 않던 세션스 법무장관, 코미 FBI 국장, 닐센 국토 안보국 국장이 해고되는것을 눈앞에서 목격한지라 그의 트윗 한마디에 벌벌 떨며 24시간도 채 안되어 손바닥 뒤집듯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최고위 관리들을 보며 과연 이나라가 건국의 아버지들이 바라던 민주주의의 나라인가 묻지 않을수 없다. 아니 이런 권력의 남용과 횡포가 독재가 아니면 무엇이 독재인지 되묻고 싶다.

급기야 7월 8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맞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잘못 되었다.” 고 선언 하였다. 지난 러시아 스캔들 특검 결과 발표직후 뮬러 특검의 보고서에 기록된 사실마저 왜곡하며 대통령의 보위에만 충성했던 것처럼 또 한번 그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복임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법무부가 새로운 변호사팀을 꾸려 다시 소송을 재기할 것이며 시민권 문항을 반드시 센서스 양식에 포함 시킬것 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법률교육재단 (AALDEF) 멕시칸 아메리칸 법률교육재단 (MALDEF)등에 의하면 시민권 문항이 들어갈 경우 서류미비자와 영주권자 그리고 가족들의 포함하여 약 6백만명이 인구조사에서 누락되고 시, 주, 연방의회 의원 숫자와 1인당 연간 3천달러 이상의 연방및 주 복지 혜택이 손실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에게 매우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어 2020선거에서 승리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전략이라는건 너무도 뻔하다.

국가의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대통령과 그를 무조건 따르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보면서 “2020 대선에서 지더라도 트럼프는 절대 승복 안하고 재검표를 외치며 지지자들을 선동할 것” 이라고 의회에서 증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서 마이클 코헨의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선은 정치적 생명줄과 같다. 뮬러 특검이 발표한 보고서에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과 관련해 저지른 8가지의 구체적인 사법방해 범죄와 증거자료들이 명시되어있고 이 범죄들의 공소시효가 각각 4년~5년이다. 재선이 되면 임기중 형사상 기소되지 않는 원칙에 따라 자동으로 공소시효가 끝나게 되고 재선이 되지 않으면 임기만료 즉시 체포및 기소될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는 7월 17일 뮬러 특검이 이 연방하원 법사위와 정보위에서 상세히 증언할 것이다.

이민자 커뮤니티와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은 함께 연대하는 주정부들과 함께 이러한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반 헌법, 반 법치, 반 민주주의, 반 이민 행태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미 연방 헌법 제1조 2항에 명시된대로 시민권의 여부나 연령,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각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구조사에 참여하여야 한다는 민주적 원칙이 관철 되도록 끝까지 저항하고 이겨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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