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변호사의 이민법 칼럼] 트럼프 이민 개혁안, 개선인가 개악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개선의 말뜻은 ‘잘못된 것, 부족한 것, 나쁜 것을 고쳐서 더 좋게 만듬’ 이라고 되어있다. 또한 개악의 말뜻은 ‘고치어 도리어 나빠지게 함’ 이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최근 발표된 트럼프 이민 개혁안은 개선인가 개악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그 핵심 내용과 문제점 그리고 제안 의도를 살펴보고 현실적이며 올바른 대안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트럼프 이민 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해 발급되는 영주권 쿼터는 현행 1백10만개를 유지한다. 개혁안의 기안자 2인중  극우파 반 이민론자 스티븐 밀러는 오랜동안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대폭 축소를 주장하며 미국을 다시 백인들의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번에도 역시 합법이민 축소를 주장 하였으나 상대적으로 온건파이며 트럼프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의 주장에 밀려서 영주권 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는것이 백악관 관료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쿠슈너가 현행 쿼터 유지를 주장한 것은 결코 그가 친이민 이어서가 아니라 내년 대선때 중도층 표를 공략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둘째, 가족초청 이민을 절반으로 축소한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미혼자녀만 남기고 시민권자의 부모를 포함한 모든 가족순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시민권자의 미혼 성인자녀 (1순위), 영주권자의 미혼 성인자녀 (2순위), 시민권자의 기혼자녀 (3순위), 시민권자의 형제 자매 (4순위)는 더 이상 신청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부모도 이 개정안에 따르면 이민을 오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는 가족초청 이민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숫자가 매년 75만명으로 전체의66%를 차지하고 있으나 절반으로 줄일 경우 38만명에서 최대 50만명으로 대폭 감소된다.

셋째, 취업 이민은 4.5배로 늘린다. 현재는 매년 취업 이민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숫자가 14만명으로 전체의12%에 그치고 있으나 새 트럼프 안에서는 무려 57%인 62만 7천명으로 늘어난다.

넷째, 모든 이민 신청자에게 능력 점수제 (Merit Based System)을 적용한다. 즉, 학력이 높을수록 경력이 많을수록 연봉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되며 일정한 점수를 넘어야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정확한 기준과 점수는 이번에 발표 되지는 않았으나 과거에 상정되었던 유사 법안의 내용을 예를 들면 100점 만점에 학력은 15점을 배정하여 박사 15점, 석사 10점, 학사5점을 부여하고 경력은 20점을 배정하여 1년당 2~3점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될것이다.

다섯째, 모든 영주권 신청자는 영어시험과 역사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또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으나 시민권의 영어, 역사시험에 준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능력 점수제에 의거하여 높은 점수를 받은 신청자는 더 빨리 영주권을 받을수 있게된다. 반면에 현재 대기중인 4백만 신청자들도 새로운 능력 점수제로 새로 신청하고 통과 해야만 영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 이들은 탈락 또는 중도 포기의 위기를 맞게 된다.

여덟째,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이나 난민및 정치 망명 신청과 관련된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난민신청중 구금된 자녀들과 부모들의 분리구금 기간을 대폭 늘일것, 난민신청을  미국밖에서만 하도록 입국을 금지 시킬것, 멕시코국경 주요지역에 장벽을 건설할 것 등이다.

트럼프-쿠슈너-밀러 이민 개혁안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류미비 청소년 (DACA) 구제 조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기자들이 쿠슈너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했을때 그는 DACA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답변을 했다. 그 외의 질문에도 자주 그의 보좌관에게 답변을 묻는 모습을 보일정도로 그는 이민법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다. 서류미비 청소년들로 DACA 신청자는 현재 약 70만명이며 드림법안등의 구제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 대상자는 약1백80만명에 달한다. 또한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에 반드시 포함 되어야할 성인 서류미비자 까지 합하면 약 1천1백만명이 구제 대상이 된다. 이들에 대한 구제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 이민 개혁안은 이민자 커뮤니티와 민주당에서 결코 받아들일수 없는 법안이 될 것이며 고장난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는것이 아닌 선거철 정치 공세이며 속빈 강정일 뿐이다.

둘째, 미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직과 비전문직 모두가 필요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2019년 3월 노동청의 발표에 따르면 학사이상 미 취업자는 81만명이며 학사이상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140만개가 열려있였다. 반면에 고졸이하 미 취업자는 120만명 이며 고졸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210만개가 열려있었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 현실은 고학력 전문직 보다 오히려 비전문직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메릿 시스템 이라고 할때 과연 메릿 즉 장점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위에서 밝힌 통계가 말해주듯이 미국내에서 부족한 비전문직, 비숙련직 노동력은 미국 경제에 장점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특히 3D 직종들 즉, 더럽고 (Dirty) 어렵고 (Difficult) 위험한 (Difficult) 직종들은 미국인들에게 하라고 해도 꺼려하는 직종들 이어서 이민자들의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실지로 서류 미비자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직업군이다. 예를 들면 건설업, 식당, 청소부, 호텔 및 리조트 용역, 농장 노동자, 봉재공장, 닭공장, 간병인등이 이에 해당된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가 소유한 골프장과 리조트에서 오랜동안 많은 서류 미비자들을 고용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했던 19명의 전직 서류미비자들이 CNN방송 주최 타운홀 미팅에 출연하여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장과 호텔등에서 일한 사실과 차별과 착취를 당한 사실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최근 MSNB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E-Verify 시스템이 서류 미비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너무 어렵게 한다. 이민법은 현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라면서 서류 미비자들의 고용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 하였다.

넷째, 가족의 가치를 파괴한다. 모든 미국인들이 동의하는 중요한 가치중의 하나는 가족의 가치이다. 보수적인 성향일수록 공화당 성향일수록 가족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 한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권, 자유권, 그리고 행복 추구권 이며 행복 추구권에 관한 판례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가족과 함께 살 권리’이다. 그만큼 가족의 가치는 미국인들에게 법적, 문화적, 전통적으로 가장 소중한 가치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가치가 먼저온 이민자에게는 적용이 되고 나중온 이민자에게는 적용이 안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요 이율배반이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 하자면 먼저온 유럽계 백인 이민자들에게는 적용이 되고 나중온 아시아, 아프리가, 남미계 유색인종 이민자들에게는 적용이 안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는 뿌리깊은 인종적 편견과 차별이 스며들어 있다. 이를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활용하여 백인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 공신이 된 두명의 스티브가 있다.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과 현 백악관 수석고문 스티븐 밀러다.  당선 전과 당선 후 지금 까지 거의 모든 이민 정책을 좌지우지 해온 장본인 들이다. 이 두사람을 알아야 트럼프 행정부 이민 정책의 방향이 보인다.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따로 논하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쿠슈너-밀러 이민 개혁안은 고장난 이민 시스템을 고치기 위한것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것도, 가족의 가치를 위한것도 아닌 2020 대선과 총선을 위한 선거전략일 뿐이다. 쿠슈너와 밀러는 가족 이민을 줄이는 것으로 보수층 백인들을, 전체 이민 쿼터를 유지하는 것으로 중도층을 공략 하려는 것이 속내다. 그러나 이 두마리 토끼 잡기는 이미 실패하고 있다.  린지 그래험, 쉘리 무어, 팻 투니등 공화당 중진 상원 의원들과 대표적인 반 이민론자인 마크 크리코리안도 이 개혁안에 반대 내지는 유보의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하원의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의원과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은 이구동성으로 이 개혁안은 “반이민 개악을 위한 정치적 문서이며 파당적이고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이라며 관련 법안이 “의회 도착 즉시 사망하게 될것” 이라며 강력히 저지의사를 표명 하였다. 따라서 이 개혁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은 제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공화 민주 양당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것일까? 나는 2018년 연방 상원에서 양당의 8인 위원회가 상정하고 68명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는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당의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의 통과도 불가능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포괄적인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숙고 해주길 당부하면서 이글을 맺는다. “미국은 미국민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하는 이민자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들을 환영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섭씨 40.5도의 날씨에 목화솜을 따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식탁에 음식을 제공하기위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고장난 상태이며 수리가 필요하다. 내가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우리 경제를 위해  미국의 정체성을 위해 이민 시스템이 잘 기능하는 것이 필수적 이다. 아울러 서류미비 청소년 드리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국은 그들의 조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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